일상 한 잔

사랑의 묵묵한 힘 _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

건강한잔웰컵 2024. 11. 26. 13:46

 요새 화가나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된 것일지도 모르죠. 그런 세상살이 속에 지친 이들 중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오늘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랑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파스텔로 물든 하늘빛이 아름답게 내려앉는 어느 저녁 날이었습니다. 공원으로 산책을 나온 어느 중년의 신사가 새총을 갖고 놀고 있는 10살쯤 돼 보이는 아이와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한 여인을 보게 되었죠. 아이는 조잡하게 만든 새총으로 7~8m나 떨어진 곳에 세워둔 유리병을 맞추려고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실력은 별로 좋지 못했죠. 아니 형편없었다고 하는 것이 솔직할지 모릅니다. 쏘는 것마다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으니 말입니다. 여인은 풀밭에 앉아 옆에 쌓아놓은 한 무더기의 돌더미에서 한 알씩 돌멩이를 집어 들어 소년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얼굴에는 따뜻한 눈빛과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이죠.

 

 

 소년은 진지하게 숨을 멈추고 오랫동안 유리병을 조준하였습니다. 그리고 새총을 쏘았지만 역시나 매번 빗나갔죠. 저래서는 영영 맞힐 수 없겠구나라고 중년의 신사는 생각했습니다. 또 여느 아이처럼 금세 싫증을 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그 뒤로도 한참을 쐈습니다. 물론 모두 빗나갔지만 말이죠. 보다 못한 신사가 소년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에게 다가갔습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저 아이에게 제가 새총 쏘는 방법을 좀 가르쳐줘도 될까요?"라고 여인에게 물었습니다. 여인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저 아이는 눈이 보이지 않아요.".

 

 뜻밖의 대답에 신사는 놀라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더듬거리며 조용히 물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왜 새총을 쏘게 내버려 두나요?"

"다른 아이들도 다 새총놀이를 하니까요."

"음, 하지만 어떻게 맞힐 수 있을까요?"

어쩌면 무례하게 들릴 수 있는 신사의 물음에 여인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계속 쏘다 보면 언젠가는 꼭 맞힐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해 줬어요. 중요한 것은 저 아이가 병을 맞히려고 계속 시도한다는 거니깐요."

 

 

 한참이 지나자 소년은 지쳤는지 새총 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습니다. 하지만 소년의 어머니는 여전히 돌멩이를 주워 아들에게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소년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던 신사는 그가 매우 규칙적으로 총을 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번 아주 조금씩 방향을 옮겨가며 보이지 않는 병의 위치를 찾고 있었던 겁니다.

 

 어느덧 땅거미가 짙게 깔려 하늘에는 별이 하나둘씩 반짝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텅 빈 공원의 한쪽에서는 여전히 새총 가죽에서 나는 '피융' 소리와 돌멩이가 바닥에 부딪히는 '탁, 탁'거리는 소리만 단조롭게 반복되었습니다. 또 한참이 지나고 병의 윤곽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져 버렸죠. 신사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소년과 소년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때 등 뒤에서 '쨍그랑!' 하는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가 그의 귓가를 지르며 들려왔습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그저 말없이 돌을 쥐어주며 아들에게 묵묵히 용기를 북돋아주었습니다. 소년은 보이지 않는 눈 대신 마음의 눈으로 어머니의 한결같은 사랑과 응원을 또렷이 보았겠죠. 그랬기에 계속 빗나가고 실패해도 유리병을 맞히겠다는 집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력 끝에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목표를 이룰 수 있었죠.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 다른 이들은 불가능하다며 포기해보리고 모두가 안된다고 말하는 것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