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한 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 대한 고민

건강한잔웰컵 2024. 12. 19. 20:38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는 고민이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이냐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냐입니다. 그런데 잘하는 일을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오늘 이야기를 보고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길거리에 쪼그려 앉은 백발의 할아버지

 

 한때 미국 뉴욕에서 '도시의 명물'이라고 불리던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로 정신 없는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던 할아버지는 조 아데스(Joe Ades, 1934~2009)였습니다. 비싼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길모퉁이의 작은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채소를 깎던 할아버지입니다. 매일 감자나 당근과 같은 채소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깎았습니다.

 

 그곳에서 할아버지가 팔던 것은 당시 가격으로 5달러밖에 하지 않는 감자 깎기 칼이었습니다. 당시 환율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5,000원 정도였죠. 뉴욕의 물가를 생각하면 그리 비싼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5달러짜리 감자 깎기 칼을 파는 할아버지가 몸에 걸치고 있는 옷들은 가격이 한두 푼짜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흰머리가 성성한 할아버지는 언뜻 보기에는 그저 허름한 노점상정도로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의 실체를 알게 되면 다들 깜짝 놀라곤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완벽한 이중생활

 

 해가 저문 뒤 장사를 접고 돌아가는 조 아데스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가 보면 그의 생활이 180도 달라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도 내로라하는 부자들만 살 수 있는 맨해튼 파크 애비뉴의 호화로운 최고급 아파트에서 그는 부인과 함께 화려한 만찬을 즐기며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낮에는 길거리에서 값싼 물건을 파는 노점상이지만, 밤에는 남부럽지 않은 어마어마한 부자로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그의 모습은 미국의 지역방송에도 소개되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달라도 너무나 다른 그의 이중생활에 놀라는 사람, 비난하는 사람,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들 왜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런 당연한 궁금증에 대해 조 할아버지의 대답을 들으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60년 동안 모은 푼돈을 절대 무시하지 마라.

 

 이런 생활은 할아버지의 경륜이 묻어나는 자신의 인생 철학과 성공비결에 있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15살 때부터 길거리를 전전하며 노점상을 열었던 그였습니다. 동시에 자신이 제법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노점상에 대해서는 지금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긴 하지만 조 할아버지가 장사를 시작한 것이 2차 세계대전 직후라는 것을 떠올려 봅시다. 여하튼 2차 세계대전 후 폐허 속에서 찾은 낡은 만화책이 할아버지의 첫 상품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남다른 말솜씨로 2월에도 크리스마스트리를 팔기도 했습니다.

 

 남들은 행상을 한다고 하찮게 보고 자신을 우습게 여겼다고 합니다. 몇몇은 깔보고 침을 뱉기도 했다고 하죠.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자신의 일에 재미를 붙였다고 합니다. 그런 길거리 장사를 60년 넘게 하면서 재산도 쌓고, 자식들도 키우고 지금과 같은 자신의 노후까지 전부 준비했었다고 합니다.

 

 

 이런 할아버지에게 기자는 물었습니다. 지금의 삶에 만족스럽냐고. 할아버지는 정말 행복한 미소를 짓으며 대답했다고 합니다. "물론이지. 난 정말로 행복하다오.". 할아버지는 행복의 비밀이나 비결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잘하는 일을 좋아해 볼 수는 없을까?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어릴 때부터 참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재미를 붙이고 에너지를 쏟을 수 있고 성공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어떻게 살아가냐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살면서 좋아하는 일만 하고는 지낼 수 없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되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럴 때는 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한 번쯤 떠올려보곤 합니다. 하는 일을 좋아해라. 그 일이 자신에게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따지지 말고 좋아할 수 있도록 해보자. 만약 그런 노력을 했는데도 안되었을 때 그때서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처음부터 싫다는 생각만으로 일을 시작하지 말자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