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한 잔

출산 축하금 문화가 생겨버린 요즘 두 며느리 이야기.

건강한잔웰컵 2024. 11. 7. 15:34

 최근에는 출산 축하금 문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없던 문화였는데, 이제는 며느리가 아이를 낳아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얼마를 갖다 주는 것이 문화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인터넷상에서나 보는 이야기겠지 했는데 주변에서 극과 극의 두 며느리의 출산 축하금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출산 축하금 A 씨의 며느리 : 고작 이게 다 인가요?

 A씨 오늘 산후 조리원에 있는 며느리를 보고 왔습니다. 얼마 전 아이를 낳는다고 고생한 며느리를 보고 왔죠. 언젠가 동네 헬스장에서 친하게 지내던 언니들과 밥을 먹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새는 며느리가 아이를 낳으면 고맙다는 인사로 돈이든 금이든 줘야 된데. 안 그러면 나중에 아이도 안 보여준다더라."라는 말을 들을 때만 해도 그저 우스개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 일이 되고 나니 솔직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형편이라도 좋으면 많이 주겠지만 그럴 형편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들을 결혼시킨다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해서 보태주었으니 정말 남은 돈도 얼마 없었습니다. 그래도 남편과 이야기해서 어떻게든 500만원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며느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감사하다고 받은 며느리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었죠.

 그 자리에서 봉투를 열어본 며느리의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A씨 딴에는 어떻게든 마련한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A 씨의 며느리는 깊은 한숨을 쉬며 이야기했습니다. "어머니. 고작 이게 다인가요?". A씨는 당황스러워 며느리를 쳐다봤습니다.

 A씨의 며느리는 이야기했습니다. "옆에 침대 시댁에서는 천만 원에 금반지도 해줬고, 저기 건너편 시댁은 애 낳아줘서 고맙다고 차까지 사줬다고 하더라고요. 에효.. 뭐. 어쩌겠어요.". 이 이야기를 들은 A 씨는 침울했습니다.

 A씨는 아들을 결혼시키며 혼수까지 자신들이 다 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돈을 끌어다가 축하한다고 500만 원까지 건넸지만 돌아오는 소리가 다른 집 시댁들과 비교를 당하는 것입니다. A 씨는 서러워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출산 축하금 B씨의 며느리 : 커플 목걸이네요.

 B씨는B 씨는 며느리의 손을 잡고 미안하면서도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B 씨는 아들을 장가를 보내면서도 집은커녕 돈도 보태줄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남편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였으니 말입니다. 상견례를 다녀오고 결혼식이 다가오면서도 보태줄 것이 없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들은 자신들의 결혼이니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하지만 며느리를 보기에 마음이 불편했으니깐요.

 아들과 며느리는 자신들이 대출도 알아보고 받아서 경기도에 작은 전셋집을 얻었습니다. 신혼부부면 예쁜 신축이나 리모델리이라도 된 집에서 살고 싶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들과 며느리는 웃으면서 결혼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들려온 며느리의 임신 소식. 주변에서는 며느리에게 축하금으로 얼마를 줄 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어느새인가 임신 축하 선물과 출산 축하금이란 문화가 퍼져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 때도 보태주지 못해 미안했던 B 씨는 남편과 함께 겨우 겨우 300만 원을 마련했습니다.

 B씨는 집에서 며느리를 기다렸습니다. 아이를 안고 온 아들 부부. 저녁을 먹고 남편과 아들은 손주를 보며 웃음꽃을 펴고 있습니다. B 씨는 며느리를 조용히 불러 방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300만 원이 든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B 씨의 며느리는 봉투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B 씨는 건강하게 아이를 낳아줘서 고맙다며 건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B 씨의 며느리는 괜찮다고 어머니께서 시아버지와 함께 맛난 거라도 드시라고 사양합니다. B 씨는 받으라고 며느리에게 권했고, B 씨의 그런 권유에 못 이겨 며느리는 봉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며느리가 B씨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내밀었습니다. 벨벳 천으로 감싸진 긴 상자 하나. 상자를 열자 거기에는 목걸이가 들어있었습니다. 남편한테도 받아 본 적 없던 금 목걸이. B 씨는 이게 뭔지 며느리에게 물었습니다. B 씨의 며느리는 밝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어머님. 남편 잘 키워서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이건 저랑 어머니 커플 목걸이네요." 그 말과 함께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여주는 며느리. B씨는 며느리의 손을 잡았습니다.

 

 

 아이가 귀해져서 일까요?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출산 축하금으로 얼마를 줄지 묻거나 고민하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많아졌습니다. 딸을 보낸 친정에서는 딸에게 얼마를 줄지 고민하기보다는 시댁에서 얼마를 줄지를 딸에게 묻는 집들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고생했고 고마운 마음에 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시집살이가 과거에는 시댁이 며느리에게 시켰다면, 요새는 반대인 경우도 많다고들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부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B 며느리처럼 고운 마음을 가진 분을 식구로 들이셨기를 바랍니다.